CROWN INTERVIEW

인터뷰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고객들을 엄선하여
크라운구스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코너 입니다.

Lim Lee

이림 | 패션 디자이너

 

EDITOR

1973년 ‘이림 스타일 부티크’ 오픈하며 청담동 문화 공간 형성에 기여한
이림 디자이너는 대한민국 대표 오트 쿠튀르 거장으로 손꼽힌다.
그는 한결같이 지켜온 고유한 장인 정신을 인정받아
프랑스 명문 패션스쿨 ‘Lycee de La Mode’에서 강연을 펼치기도 했다.

패션을 매개로 교감을 나누는 패션 디자이너,
그의 삶과 그가 생각하는 패션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1지금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오트쿠튀르 장인이자 패션계의 거장이신데, 처음 예술분야 커리어는 방송미술로 시작하셨습니다.
어떤 계기로 패션에 관심을 가지게 되셨나요?

남산 KBS에서 방송 세트를 제작하다가 퇴근하면서 명동대로 고급의상실에 걸려있는 옷을 볼 때마다 언젠가는 직접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967년도에 패션에
첫발을 내디뎠고, 매일매일 새롭게 디자인을 하는 일상에 빠졌어요. 당시 저는 패션은 옷을 정말 잘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 무엇보다 퀄리티 높은 의상을 제작하는데 집중했습니다.
고품질 실크와 면을 활용하면서도 제 의상을 입을 사람을 더 귀하게 만들 수 있는 디자인을 고민했습니다. 감사하게도 당시 지식인과 상류층 여성분들께서 꾸준히 방문해주시면서
본격적으로 패션 디자이너로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2시대가 변해도 패션의 기본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패션의 기본’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패션에 있어서 디자인보다도 중요한 것은 원단입니다. 디자이너는 자신이
다루는 원단이 지닌 고유한 질감과 색감에 대한 이해가 깊어야 해요. 각기
다른 원단의 특징을 잘 살린 디자인만이 의상 자체가 아니라, 입은 사람이 더
돋보일 수 있습니다.

3패션의 기본인 원단에 대한 이해 다음으로, 디자인을 구상할 때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모든 예술의 베이스에는 서정성이 놓여 있어야 합니다. 디자인 감각도
서정성과 함께 발현되죠. 기본적으로 저는 디자인에 우아함과 기품이
더해진 디자인을 추구합니다. 미술, 영화, 음악, 건축, 무용 등 여러
장르에서 얻은 영감을 저만의 풍부한 감성을 담아낸 디자인을 완성하기
위해 노력하죠.

<이림 디자이너가 건축 단계부터 참여한 청담의 랜드마크 '이림 부티크'>

4세계적 발레리나, 소프라노 등 많은 아티스트들의 의상을 제작해 오셨습니다. 무대 의상을 디자인하실 때 특별히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있나요?

무대 의상이 어느 무대에 오르는지 숙지가 필요합니다. 어느 분야에서든 대상에 대한 이해는 기초 중의 기초예요. 연주자나 안무가의 성향은 어떠한지, 어떤 서사가 펼쳐지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몰입하다 보면 영감받을 수 있습니다. 의상이 무대 위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려면 어떤 재질, 촉감, 포인트를 두어야 하는지 구상합니다. 이런 과정을 걸쳐 탄생한
의상은 어엿한 무대 일부가 되어있죠.

5리카르도 무티에 의해 발탁된 세계적인 성악가 여지원 소프라노가 공연에서 입은 인상적인 드레스로 화제가 되셨습니다. 원래 인연이 있는 사이셨나요?

여지원 소프라노 어머니와 원래부터 친분이 있는 사이였습니다. 이탈리아에 성악을 공부하러 갔다고 전해 들었는데, 하루는 리카르도 무티와 함께 국내에서 공연하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평소에 친분이 있던 제가 의상을 맡아주기를 바랐습니다. 당시 여지원 소프라노는 한국에 없었기에 어머니로부터 전해 들은 기본적인 정보과 제가 상상한 무대에 대한
정보만 가지고 의상을 구상하고 제작했습니다. 사이즈가 맞지 않아 급하게 재제작하기도 하며 어렵게 의상을 완성하였죠. 그렇지만 여지원 소프라노와 어머니 모두 제 디자인에
만족하였습니다.

6현존하는 지휘자 중 가장 정교한 테크닉을 가졌다고 평가받는 이탈리아 대표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로부터 ‘한 편의 시와 같은 드레스’라는 극찬을 받기도
하셨습니다.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단순히 의상이 어떻게 보여는 지만이 아니라 개인이 지닌 장점과 매력을
디자인에 담으려 했습니다. 그간 제가 제작한 의상들은 모두 고객님들이
만족하며 다시 찾아와주시는 이유는 그 때문이라 생각해요. 예를 들면 탤런트
전인화가 지닌 품격, 여지원 소프라노에게서 묻어나는 우아함, 문훈숙
유니버셜 발레단장의 카리스마, 각 나라를 대표하는 대사들의 성숙함. 이처럼
모든 사람은 저마다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의상이 입었을 때,
그 사람이 지닌 본연의 매력이 극대화되어 돋보일 수 있는지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7오랜 세월 한자리를 지켜온 ‘이림 부티크’는 청담하면 떠오르는 랜드마크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건축 당시 따로 어디서 영감을 받으셨나요?

의상을 통해 사람을 돋보이게 만들자는 제 철학에 따라 ‘이림 부티크’도
주변과 어우러지도록 건축하고자 했습니다. 처음 방문했을 때 옆으로는
성당이 있고, 뒤로는 작지만 고즈넉한 공원이 있어 유럽 어느 마을에 온 듯한
정취를 느꼈습니다. 전체적으로 대칭형 구조를 선택해 주변 환경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했습니다. 서로 다른 개성들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만드는 하모니가 정말 아름답더군요.

850여 년의 디자이너 생활하시며 바라던 꿈을 모두 이루셨나요? 아니면 앞으로 더 계획하고 계신 목표가 있으신가요?

지금도 하고 싶은 목표가 많기 때문에 꿈을 다 이뤘다고 말하고 싶지 않아요. 특히 ‘공간예술’ 분야에서는 아트하우스 운영 및 새로운 문화공간 오픈 등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고
싶습니다. 제 생각을 이해해주는 프랑스 건축가 지인과 자주 대화를 하며 조금씩 구체화하는 중입니다. ‘이림 부티크’ 건물을 허물고 더 높은 건물을 지을까도 이야기해봤죠.
그렇지만 ‘이림 부티크’는 오랜 시간 많은 분의 사랑을 받아왔으니 지금의 멋을 최대한 살리며 리모델링을 진행하는 편이 더 좋지 않을까 생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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